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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권력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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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02-11 15:42 조회22,5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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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권력투쟁


대통령이 사회갈등을 치료한다며 ‘사회통합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속해 있는 조그만 정치사회는 날이 갈수록 갈등이 증폭되어 가고, 드디어 현재의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된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지붕 밑에서 한 솥밥을 먹는 두 정치 수뇌가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 하나 치료하지 못하면서 범국민 차원에 존재하는 복잡한 갈등들을 연구능력조차 없는 ‘사회통합위원회’더러 해소시키라 한다면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세종시는 논리싸움 넘어 권력투쟁 선상의 이전투구 


세종시 문제는 '원안 대 수정안'이라는 논리적 차원을 떠나 권력싸움으로 비화됐다. 이제까지 박근혜와 이명박은 다 같이 쌍권총을 차고 결전장에 나와 서로의 몸짓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서부활극의 두 사나이였다. 상대방의 눈길과 몸동작이 조금만 이상해도 잽싸게 권총을 빼드는 그런 일촉즉발의 살벌한 형국이었다.


이런 와중에서 2월 9일 이명박이 충청북도로 내려가 도지사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박근혜의 눈매는 여기에 집중됐을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닌 충청도에 가서 보고를 받은 이명박은 세종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도매체들이 걸러서 기사화한 것은 두-세 마디였다.    


1) "가장 잘 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2)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계산하고,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면 발전할 수 없다. 지역도 경제적 사고를 갖고 미래지향적으로 하는 곳이 발전한다고 본다. . 나는 솔직히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고 지원하고 싶어진다."


보도 매체들은 위 말들이 박근혜를 겨냥한 말인 것처럼 보도했고, 이 보도를 접한 많은 국민들 역시 그렇게 받아들였다. 이명박 쪽에서는 그동안 박근혜에 대해 많은 비판을 했고, 그 비판의 핵심은 박근혜가 ‘미래지향적으로 가자는 이명박의 말’에 동조하지 않고 정치적 약속에 집착하고 있으며, 국제경쟁시대에 갈 길은 바쁜데 박근혜가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비판을 받아온 박근혜 입장에서 보면 이명박의 위 두 가지 발언은 박근혜를 겨냥한 비난의 발언인 것으로 해석됐을 수 있다. 제3자들의 눈에도 이렇게 비치는데 하물며 결투장에 나와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박근혜에게야 두 말할 나위가 없었을 것이다.  


                         누가 강도인가?


다음날인 2월 10일, 드디어 박근혜가 권총을 빼들었다. 박근혜의 사고과정이 아마 이러했을 것이다. “어~ 나를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몰아가고, 논리가 아닌 정치공학적으로만 생각한다고 몰아가더니 드디어 나 같은 사람은 밀어주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사람을 밀어준다? 도둑이 들어오면 함께 싸워야 할 입장에 있는 내가 도둑과는 싸우지 않고 오히려 같은 편에 있는 이명박의 발목을 잡는다?”


더러의 매체들은 박근혜가 발끈했다고도 표현했다. "일 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이명박의 발언을 차기 대권구도로 해석하고 대응한 말이었다.  


이명박의 '강도론'에 대해서도 박근혜는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한다면 어떻게 하느냐"고 받아쳤다. 자기가 강도 앞에서 같은 편의 발목을 잡는 사람 정도로 비쳐진 데 대해 박근혜는 집안에 든 강도는 밖에서 온 강도가 아니라 내가 발목을 잡고 있는 바로 그가 강도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말을 한 것이다. 이명박이 강도라는 뜻으로 들리는 말이었다.


이는 지난 대선 유세 때 박근혜가 이명박을 도와 “세종시는 반드시 추진할 것이며 거기에 더해 명품도시로 만들 것이다”라는 이명박의 공약을 누차 강조해 주었는데 이제 와서 이명박이 박근혜와는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약속을 어기고 혼자만 달랑 빠져나가면서 “이명박은 미래로 가는데 박근혜는 과거로 가자한다.”는 식의 여론 몰이로 박근혜를 몰아붙이고 있는 데 대한 감정적 앙금에서 나오는 말로 해석된다.   


보도들에 의하면 여기까지의 말을 들은 청와대는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김은혜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화합해서 국가적 과제를 극복하자는 뜻에서 한 발언이다. 이런 진의가 있음에도 경쟁적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국민 인식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동관 홍보수석도 오후에 기자실을 찾아 "누구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다음에 선거에 나갈 분도 아닌데 누구를 겨냥하겠냐" “일 잘하는 사람 발언에 대해서는 지자체장들에게 일 잘하는 사람을 도와주겠다고 한 것이고, '강도론'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화합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전부터 이 대통령이 수없이 해온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기간부터 '강도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또 `워커홀릭'으로 알려진 스타일상 평소에도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호감을 자주 나타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한다.


                이명박의 충청발언은 무슨 뜻이었나?


여기까지를 놓고 정리해 보자. 이명박의 이른바 ‘충청발언’은 2월 9일에 갑자기 튀어나온 말이 아니라 박근혜와 각을 세우고 으르렁거리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설사 청와대의 해명처럼 과거에 이명박이 이와 비슷한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매우 민감한 처지에서 두 진영이 각을 세우고 있던 바로 그 순간에, 그것도 다른 장소가 아니라 충청도에 가서, 다른 주제가 아니라 바로 세종시라는 주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말이었다면 해석은 매우 달리질 수 있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업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한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말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대통령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듣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은 듣기에 따라 평가되는 것이지 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숨은 뜻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인 박근혜가 그렇게 들었다면 일단은 들은 사람의 해석을 존중해 주어야 할 것이다. 듣기에 따라, 입장에 따라 그렇게 들을 수도 있는 애매한 말을 해놓고 들은 사람이 잘못 들었다고 공격하는 것은 경우 없는 행동이며 정당한 태도가 아닐 것이다. 애매한 말을 해놓고 나중에 가서 진의가 그게 아니라며 이런 저런 해명을 하는 것은 구차한 변명으로 들리는 것이며, 또한 청와대가 내놓은 해명을 보면 제3자가 판단해도 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청와대가 간단하게 “그렇게 들었다면 미안하다. 진의는 그게 아니니 이해해주기 바란다”하는 식으로 짧게 대응했다면 여기에서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매우 놀랍게도 청와대는 2월 11일에 박근혜와의 일전을 하겠다며 확전에 대한 선전포고를 했다. 2월 10일의 ‘해명모드’에서 ‘전쟁모드’로 전환하여 박근혜를 직접 겨냥해 사과를 하라 한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2월 11일 오전 청와대 참모 회의에서 나온 발언들이라고 소개된 말들은 살벌하기 이를 데 없다. "해도 너무한다.",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다.", "더 이상 달래고만 넘어갈 수는 없다." "최소한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게 아니냐" .


그동안 '미생지신(尾生之信)' 등 고사성어를 인용한 은유적 설전 수준이었던 공방전은 '누가 강도냐'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등장하며 진흙탕 싸움으로 진전됐고, 이어서 ‘사과하라, 못한다’‘더 이상 못 참겠다’는 식의 닭싸움으로 확전된 것이다. 보도들에 의하면 이동관 홍보수석은 2월11일 오전 이례적인 공식브리핑을 통해 박근혜의 발언을 '실언'이라고 규정하고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설을 앞두고 저런 식으로 나오는데 마치 우리가 잘못한 것처럼 묻고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것을 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다.


                청와대의 사과요구는 정당한 것인가?


그러나 청와대의 사과요구는 억지 그 자체로 보인다. 오야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이명박이 다른 지역도 아닌 충청도에 갔다. 그리고 발언의 대부분이 세종시에 관한 것들이었다. 여기에서 박근혜가 충분히 오해할 수도 있는 민감한 발언들 즉 늘 박근혜를 공격해오던 그런 발언들에 ‘과거에 얽매지지 않고 미래를 열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밀어 주겠다’느니 강도가 왔는데 강도와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강도 앞에서 집안 식구와 싸우려 한다‘느니 하는 민감한 비유를 비벼 넣는 것은 박근혜가 볼 때 박근혜를 겨냥한 것이라고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박근혜 뿐만 아니라 보도를 접하는 일반의 많은 국민들도 이명박의 말들이 박근혜를 공격한 것이라고 이해했을 것이다. 이런 마당에서는 청와대가 발끈하면 할수록 청와대의 모습만 더 망가지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청와대는 박근혜에게 사과를 하라 하고, 박근혜는 '나는 사과할 일 하지 않았다'고 버티면 어느 쪽의 모습이 초라해 지겠는가? 필자가 보기에는 박근혜는 절대로 사과하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이번 '충청발언'을 놓고 벌인 양측의 결투는 아마도 박근혜의 판정승으로 매듭지어 질 것 같다. 이명박의 충청발언은 그냥 일반론으로 들리는 발언이 아니라 박근혜를 향한 칼날이 들어 있는 발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010.2.11.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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