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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센스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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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03-01 20:47 조회29,7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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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는 센스의 여왕

김연아에 대해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역사적 기록을 깼다”, “아름답다”는 것도 찬사의 대상이겠지만, 찬사 이전에 사람들이 흘린 눈물과 감동이 그녀의 위상을 더 잘 표현해줄 것 같다, 눈물이 '말의 감탄사'보다 더 강한 감탄사인 것이다.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고, 극기에 극기를 거친 결과라는 생각에서 눈물이 나고, 어린 나이에 진인사대천명의 뜻을 깨닫고 마음을 비울 줄 아는 성숙함에 눈물이 나고, 마지막으로 천진할 정도로 해맑은 표정과 제스처들에 배어있는 센스에 눈물이 난다. 

가장 아름다운 표현은 미쉘 콴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할 수 없지만 요지는 아래와 같은 것이었다.  

문(방송기자) “미쉘콴을 동경했다고 하는데 세계기록을 깬 지금의 생각은 어떠냐?”  

답(김연아): “옛날에는 옛날의 환경이 있고 옛날의 잣대가 있었다. 지금의 환경과 지금의 잣대로 옛날과 지금을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앳된 얼굴로 생글 생글 웃으면서 내는 표현은 현자의 경지에 닿아 있었다. 만일 김연아가 “옛날엔 미쉘 콴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더 우위다” 이런 식으로 대답을 했다면 김연아의 인기는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김연아는 스케이팅에서 센스를 발휘하듯이 스케이트장 밖에서도 센스를 발휘하여 그녀의 위상을 지켰다. 얼음판 위에서 센스를 발휘했듯이 김연아는 얼음판 밖에서도 최고의 센스를 발휘한 것이다. 

박정희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 박정희를 좋게 평가했으면 박정희는 좋은 사람이다. 박정희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어린 사람들이 박정희를 나쁘게 평가하는 것은 김연아의 이론에 어긋나는 것이다. 김구가 살았던 사람들이 이승만에 180표를 주고 김구에 8표를 주었으면 그게 옳은 평가인 것이다. 1948년도에 태어나지도 않은 어린 사람들이 얼굴도 보지 못한 할아버지들의 생각을 뒤집는 것은 할아버지의 수염을 뽑는 실로 무례하기 이를 데 없는 후레자식들의 행동인 것이다.  


2010.3.1.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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