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의 수뢰의혹이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멀쩡한 대학 나와 대기업 사장 지내고 총리가 해당 장관과 함께 공관으로 초치해 오찬까지 베풀어준 사람은 “진술에 일관성과 신뢰성이 없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70 가까운 노인네”로 둔갑했다. 그의 경영능력을 인정해 공기업 사장으로 추천했다는 장관은 총리의 묵비권 행사에 발맞추어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도 정권 음모에 맞서 싸우겠다고 한다. 참 어처구니없는 일들이다.
“인생을 그렇게 살지 않았다”는 한 전 총리는 “하나님이 나를 더 강하게 키우기 위해 주신 시련”이라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한 전 총리는 가족 같은 사람이다. 그런 일이 없다고 하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한 전 총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다 신뢰를 받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쩐지 공허하다. 두 사람 모두 돈문제에 관한한 말을 자제해야 할 입장일 터이다. 그들이 가족처럼 신뢰한다고 해서 得될 게 없을 것 같다. 한 전 총리 본인의 ‘강하게 키우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시련’이라는 말도 그렇게 쉽게 꺼내서 되는지 모르겠다.
한 전 총리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이해찬 전 총리는 23일 기자회견에서 “곽 전 사장이 건강이 극도로 쇠약한 상태이고 나이도 70세 가까이 된 노인인데 겁에 질린 상태에서 진술한 허위 사실 하나만 가지고 기소했다”고 말했다. 곽씨를 ‘노인네’로 지칭하는 한 전 총리측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70대 노인’이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변호인단들은 18일 검찰 대질 신문 때 휠체어를 타고 들어온 곽씨를 보고 “1940년생이다” (40년 1월생으로 돼있으니 우리 나이로 70 古稀에 접어들었다) “수술을 두 번 받았다더라”며 정상이 아닌 늙은 인간임을 강조했다.
2004년 총선 때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를 안 해도 괜찮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노인 폄하 발언으로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는데 이 사람들 의식수준은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다. 선거를 걱정한다면서 건강연령, 기대수명, 평균연령이란 말도 못 들었나. 지금 대한민국에 노익장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모양이다, 요즘 산에 가면 젊은이들 못지않은 쌩쌩한 60대 이상도 많다. 곽씨는 연세대 상경대 출신이니 지금 연세대, 대한통운, 한전, 한국항만물류협회 사람들 그리고 노익장들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사람 때문에 영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자식 기르는 사람은 남의 자식 욕하지 못한다”고 한다. 마음대로 안 되는 자식, 언제 무슨 짓 해서 남의 손가락질 받을지 모르는데 남의 자식 허물 나무랄 수 없다는 성숙된 인간성의 발로이다. 하물며 자신의 무엇을 감추려고 멀쩡한 사람 병신 만들고 잔꾀 부리다니 참 못됐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던 사람도 있었지만 자기 허물 감추려고 남 못쓰게 만드는 데 이골 난 자들이 많은 세상이다. 건설회사 사장을 공개 모욕해서 한강에 뛰어들게 만든 사람도 있다. 그 사장 가족들이 흘렸을 통한의 눈물을 생각하면 가증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곽씨가 유능한 경영인에서 졸지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노인네로 둔갑하는 과정도 요상하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정세균 대표, 당시 산자부장관의 인사 추천에 대해 “석탄공사가 매우 부실한 상황에서 경영능력이 검증된 사람이 필요했고 대한통운 사장 시절 곽씨의 경영 능력이 검증됐고...”라고 설명한다. 거침없이 모순을 들어내는 이 사람들의 아이큐가 의심스럽다. 하나를 틀어막으려다 다른 곳이 새는 꼴이다. 총리가 산자부장관을 동석시킨 오찬에 곽씨를 불렀다는 건 누가 봐도 인사 청탁과 관련된 자리임이 자명하지 않을까.
이중적, 위선적 행위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일인데 사람들이 불우할 때 있는 자 욕하기는 쉽다. 正義의 화신인양 입으로 온갖 좋은 말 골라하면 된다. 어차피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그러나 신분상 처지가 피어서 입장이 바뀌고 그야말로 살만해 지면 찾아오는 사람도 생기고 뭣도 가져오고 그래서 적당히 부패하고..그러다보니 言行불일치라는 패턴이 생긴다. 말이 말을 낳고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악순환이다.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것도 아니고 뜬금없는 묵비권 행사라는 것도 정말 뭐하다. 언론이 소설을 쓴다고 야단이지만 거짓말은 결국 들통 나기 마련이다. 이제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판사들의 양심과 양식을 기대할 수밖에...
그런데 요즘은 판사들이 소장, 중견 편 가르고 이념이 끼어들어 재판도 못 믿을 판이니 문제 아닌가. 하긴 판사가 전지전능할 리가 없는데 어렸을 땐 판사나 의사는 무오류이고 그들 말은 진리라고 여겼다. 그러나 나이 들고 보니 그들도 일반 근로자나 회사원, 자영업자와 똑같은 사람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절감한다. 그중에는 머리띠 두르고 파업투쟁하는 근로자와 상통하는 성향의 사람도 많다. 교육자는 또 어떤가. 어린 마음에 선생님은 변소에도 가지 않는 줄 알았는데 전교조 사람들 하는 어떤 행위는 철부지들이나 마찬가지다. 예수님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고 했는데 이 나라에선 그 진실을 밝혀내는 일이 그렇게 어려우니 통탄할 일이다. 그래도 진리, 진실은 하나이고 결국 밝혀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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