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諜報액션 드라마 ‘IRIS’의 오락성과 반역성(김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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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01-14 15:38 조회20,3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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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諜報액션 TV드라마 ‘IRIS’의 오락성과 반역성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가 시청률 최상급인 40%에 육박하는 기록을 보인 가운데 막을 내렸다.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와 드라마 제2편도 계획 중이라 한다. 첩보액션물인 이 드라마는 우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지난 10년의 좌편향 정권 이후 처음 방영된 이념성 공연물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관심 사항에 대해서는 비판적 평가가 따르기 마련인데 이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중용 영상물은 단순히 오락적 차원에서 보고 그쳐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개방체제에서 드라마의 내용을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나 오락의 자유는 공동체 구성원의 의식수준이 높고 고결함을 전제로 하는 것임으로, 구성원의 의식을 精製하는 담론의 차원에서 관심과 평가는 필요하다.


또한 우리 공동체의 안위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심히 보아 넘길 일은 아니다. 한국영화 사상 관람객 수에 입각한 순위를 보면, ‘태극기 휘날리며’가 1,174만명으로 1위, ‘실미도’가 1,108만명으로 2위, ‘친구’가 818만명으로 3위, ‘웰컴 투 동막골’이 780만으로 4위 ‘쉬리’가 621만으로 5위, ‘공동경비구역(JSA)’이 583만명으로 6위에 머문다. 이렇게 관람객 상위에 속하는 영상물 전반이 6.25남침전쟁과 남북한 간의 현안을 소재로 하고 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6·25전쟁이 우리에게 얼마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던가를 웅변하고 있으며, 남북문제가 우리의 생존과 얼마나 밀접 된 중대사인가를 역설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이 단지 오락물로 전락하여 남용되거나 왜곡된 이념에 의해 조작되는 일을 방치해서는 우리의 안위가 온전할 수 없다. 그러니  핵무기와 남북정상회담을 주제로 하고 있는 드라마 ‘아이리스’도 우리의 관심과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 마땅하다 할 것이다.     


                    드라마 ‘IRIS’의 구성과 특징


드라마 ‘IRIS’는 채우도의 허구적 소설 ‘IRIS’를 원본으로 한 것이다. 핵문제를 놓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려는 남·북한 정부 간의 노력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에만 광분하는 국제적 軍産조직 ‘IRIS’에 맞서 싸우는 특수요원들의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여러 가지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우선 배경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TV 드라마이면서 영화제작 스텝을 많이 기용했다. 그래서 배경이 되는 지역들을 둘러보는 재미와 멋진 배우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그 중에서도 눈 속에 파묻혀 있는 일본 아키타 현의 모습은 일품이다. 서울 곳곳의 모습도 멋지게 소개된다. 한강대교 전망대를 비롯해 청계천의 야경, 여의도 물빛광장, 북서울 꿈의 숲 등등. 치열한 총격장면과 기발한 저격방법, 차량 추격 장면도 일품이다. 이야기의 빠른 전환도 특징이다. 그래서 내용의 전후를 잇는 데 신경을 쓰다 보면 오히려 맥을 놓치기 십상이다.


상식을 뒤 엎는 예상치 못할 反轉 또한 이 드라마의 특징이다. 빠른 전환과 자주 일어나는 반전은 이 드라마가 마치 환상적 영상물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자연 긴장감이 높고 흥미진진하지만 이야기의 완성도와 내용의 사실성은 지극히 낮다. 이렇듯 ‘아이리스’는 이야기보다 영상 장면을 강조한 드라마이다. 주제는, 남북한이 공히 자체 권력 내에 침투해 있는 ‘IRIS’ 요원들을 찾아내고 그들의 검은 마수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지켜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한의 특수 요원들이 긴밀히 협력한다. 한편 한 여인을 놓고 두 남성이 벌리는 암투가 드라마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꿰뚫고 있다. 하여 관점에 따라서는 남녀 간의 애정행각이 주제라고 볼 수도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아이리스’ 소설과 드라마에 관한 덧글들은, 남북관계나 핵 테러 보다 남녀 주인공들의 신상과 애정행각에 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또 하나 이 드라마가 지닌 특색의 하나는 정부기관인 서울시와 가평군이 지역홍보 차원에서 촬영을 적극 지원한 점이다. 그 일환으로 광화문 일대의 교통이 한 때 차단되었다.     


              전직 정보요원의 눈에 비친‘IRIS’


이상은 일반적 시각에서 드라마의 내용과 특징을 정리해 본 것이다. 이제 한 전직 정보요원의 시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 시대는 바야흐로 전자매체 시대라 한다. 전자매체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여러 가지 도구들을 바꾸고 또 세상의 모습을 바꿀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과 사유의 방식 그리고 감각과 취향까지 바꾼다.


인간이 자랑하던 지성과 이성의 성채를 허물고 세상을 유치한 놀이 공간으로 만들어 수준 낮은 드라마나 영화, 저질의 오락물에 열광케 한다. 마침내 스토리는 엉망진창이고 내용의 사실성이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드라마 ‘아이리스’와 같은 환상적 영상매체가 탄생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드라마를 보면서 이성과 지성을 동원하여 줄거리를 분석, 판단해 어떤 메시지를 파악하지는 못한다. 다만 순간순간 뇌리에 각인된 영상에 의해 자신의 언어와 행동이 지배되는데 만족한다. 영상세대들은 그렇게 사물을 파악하고 지식을 이해하고 습득한다.


따라서 허구의 오락물이라 할지라도 영상물이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거나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영상매체는 때로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동원되는데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기법은 교묘하여 대중은 이에 함몰되기 마련이다. 드라마 ‘아이리스’는 결과적으로 남북공조의 환상을 조장함으로써 반역성이 뚜렷해 보인다는 점에서, 숨겨진 의도가 있건 없건, 친북적 정치 프로파간다라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 이 주장의 논증은 다음과 같다.          


               남북공조의 환상을 조장한 드라마 


65년을 넘어선 분단사를 통해 보건데 남북한 관계의 본질은, 민족사적 정통성과 삶의 양식과 善과 惡을 놓고 다투는 타협이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이라 함이 맞는 말이다. 이 슬프고도 안타까운 운명을 극복해 보고자 햇볕정책을 통해 일방적으로 화해·협력을 모색해 보았지만 관광객 저격사건의 충격 속에 현실 상황은 얼어붙어 있다.


하건만 우리 문화·예술계에서는 무책임하게도 허구적 남북공조를 다룬 작품을 다반사로 생산해 왔을 뿐 아니라, 공조 분위기의 우호도를 점차적으로 증진시켜 왔다. 위 5편의 영화 상영 시기는, 쉬리- JSA- 실미도- 태극기- 동막골 순인데, 공조 분위기의 우호도는 이 순서에 맞추어 점점 증가해 왔음을 볼 수 있다. 이번 드라마 ‘아이리스’가 풍기는 남북 간의 우호도는 어는 작품보다도 획기적으로 격상되었다.


격상된 이유는 제3의 세력이 등장함에 따른 남북한 공동전선의 불가피성 때문이다. 이 같이 제3의 세력을 등장시킨 구도는 일찍이 한국의 핵무기 생산문제를 다루었던 「무궁화 꽃이 피었…」라는 허구적 소설에 나타난다. 이 소설에서 제3의 세력은 일본이고, 드라마 ‘아이리스’에서는 다국적 軍産조직 ‘IRIS’다. 두 작품 모두 감상적 민족지상주의를 조장함으로써 남북관계의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 어쨌건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남북한 간의 우호도는 동맹국이 무색할 정도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진 총격전은, 남북한 간의 대결이 아니고, 남북한 특수부대가 합세하여 군산조직 ‘IRIS'에 대항하는 장면이었다. 아무리 허구라 하더라도 매우 충격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가 남북관계를 조망하고 논의할 때 필히 유념해야 할 한 가지 조건은, 최소한 ‘북한동포’와 ‘북한정권’을 분리, 구분해서 언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동포는 포용과 구원의 대상이지만 북한정권은 타도 또는 최소한 개혁대상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문예계에서 생산한 작품 중에서 이 점에 착안하거나 유념하고 있는 것은 과문한 탓인지 아직 보지 못했다. 정반대로 타도대상인 집권세력을 포용대상인 동포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매우 짙다. 드라마 ‘아이리스’가 그런 전형이다.


‘아이리스’에서는 북한군부의 쿠데타 계획을 남한 정부가 지원하여 폭로함으로써 좌절케 한다. 다시 말해 타도대상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지원하여 존속케 한다. 이 점에서 드라마 ‘아이리스’는 역대 어느 작품보다도 반역적이다. 그뿐 아니라 脫法, 無禮내용도 넘친다. 정보원이 동료의 애정행각을 돕기 위해 비밀내용을 거리낌 없이 그것도 수시로 누설한다. 抗命을 다반사로 일삼고, 비밀자료 열람용 보안카드를 마구 빌려 주기도 한다.


목숨을 걸기만 하면 대의가 아니라 멋을 부리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돼 국정원을 지원했다는 주인공들의 입사동기도 치졸하다. 기특하게도 흡연 장면은 없는 데, 툭하면 술을 마셔대는 모습은 역겹다. 사무실에서 주식투자를 일삼는 장면도 상식 밖이다. 이 외에도 식상할 장면은 많다. 이런 시비란 오락성 드라마에 대한 평가로서 어울리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바보들의 소리로 치부될 터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무법, 무례지수가 높아져 가고 있는 현실 앞에서 우리의 옛 직장마저 무법, 무례를 조장하는 무대로 묘사되는 데 대한 불쾌감을 이렇게라도 토하지 아니하면 어찌할 것인가!


                  예상되는 부작용의 심각성


허구적 이야기라 하지만 ‘아이리스’는 우리 국가안보에 불리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 정도는 심대하리라 생각된다. 전반적으로는 남북한 관계의 현실감각을 마비시킬 것이며,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첫째, 북한의 호전성과 또 다른 도발에 대한 경각심을 둔화시킬 것이다. 둘째, 북한의 핵은 곧 민족의 핵이라는 환상을 조장할 것이다. 셋째, 반미친북 정서를 조장할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드라마 ‘아이리스’를 관람 시키고 군산조직 ‘IRIS’가 곧 미국이라고 강조하기만 하면 반미친북 정서를 쉽게 조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드라마 ‘아이리스’는 우리나라 이념교육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친북성향의 전교조가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매체가 되리라 생각된다.


미국과 소련이 대결하던 냉전시대에 미국에서는 경쟁상대를 협력대상으로 취급하는 드라마 ‘아이리스’ 같은 영상물이 제작된 바 없다. 당시 크게 흥행했던 첩보 액션물 007 시리즈는 분명히 공산권 국가를 상대로 투쟁하며 승리하는 애국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건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기관이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라는 명분, 다시 말해 웰빙을 위해 경계와 투쟁대상을 우호와 협력대상으로 홍보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아니한 셈이다.


드라마가 종영되자 곧이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0회 ‘대한민국 국회대상’ 시상식에서는 ‘아이리스'의 남녀 주인공에게 특별상을 수여했다. 또 국정원으로부터 배우들은 명예요원증을 받고 제작자 대표는 감사패를 받았다고 한다(조선일보, 09.12.11.).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안보의식의 현주소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김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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