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2월, 3년 동안 이어진 F/A-18기와 F-16사의 경쟁에서 F/A-18기가 이겼습니다. 이 때 저는 미 국방성에 3년간의 연구결과를 제출하고 갓 돌아왔을 때입니다. 제게 과제를 준 국방성 사무실에서는 저를 위장된 애국자(DISGUISED PATRIOT)라 노골적으로 불렀습니다. 미 국방성 정보에 빠삭했던 저는 이런 결정을 그냥 바라만 볼 수 없었습니다. 이종구 육군총장을 대전으로 찾아갔지요. 그를 설득했습니다. 그의 소개로 청와대 김종휘 수석과 다투고 그 밑에 있던 동기생 투 스타와 또 다투었지요.
저는 F-16기 제작 회사의 서울지부를 찾아갔습니다. 코가 빠져 있는데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협박을 했지요. 당신들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전투기를 가지고 지금 무얼 하고 있는거냐, 나를 만나면 희망이 있을 것이다. 만나주더군요. 눈치를 보니 희망이 있어서 만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F-16에 대해 설교를 했지요. 그들보다 제가 더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비행기를 가지고 당신들은 진 것이다, 이렇게 약을 올렸지요.
저는 말했지요. 지금 F/A-18기가 이겼지만 이는 황새가 소의 등을 물고 있는 격이다.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이렇게 말했지요.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더군요. 너희에게 희망이 있으니 지금부터 한국군에 싸게 주는 방법을 고안해 달라. 그랬더니 기회만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 하겠다 이렇게 말하더군요.
제가 미국 모교(미해군대학원) 동네에 가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데 학교로 연락이 왔더군요. 비행기 표를 보낼테니 공장을 방문해 달라구요.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방위산업업체 로키드마틴사를 갔습니다. 그리고 제게 국빈에게나 베풀 수 있는 대우를 해주었습니다. 로키드마틴사의 최고 중역들이 저를 모시고(?) 공장 투어를 했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그들이 보내준 앨범의 일부입니다.
후에 말하더군요. 당신의 뜻대로 가격을 최하로 낮추었다. 당신에게 금전적 보상은 할 길이 없으니 엔진 등 납품할 수 있는 권한을 드릴까요? 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지요. 나는 국가를 위해 일을 한 것이지 당신들을 위해 일한 게 아니니 부담가질 필요가 없다. 제게 미국식 절을 하더군요. 서울 지사장은 지금까지 20년간 때가 되면 고급 인절미를 보냅니다. 매년 3번씩. 한 번도 빼놓지 않습니다. 그만두라 해도 멈추지를 않습니다. 그는 참으로 끈질긴 사람입니다. 이 글을 그가 지금 본다 해도 그는 조금도 거짓이 없다 할 것입니다.
항간에는 저를 이렇게 모함했지요. “지만원은 미국에 한 미천 장만해 놓았다” 전직 공군 총장, F/A-18기를 그토록 주장했던 서씨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사람들은 저를 너무 모릅니다. 저는 특별한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저는 그림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림이 아름다워야 지나간 자리가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요? 종교를 말하지요. 제 종교는 ‘멋’입니다. 멋을 추구하는 사람은 주인이 없어도 남의 것을 가져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종교를 믿는 사람은 한 때 주인이 없으면 지갑을 가져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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