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세종시 싸움, 재판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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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02-27 13:55 조회19,82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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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세종시 싸움, 재판 한번 해보자
한나라당 의총 5일간의 결산
보도들에 의하면 한나라당은 세종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월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사상 유례가 없는 긴 기간에 걸쳐 의원총회를 열었다. 169명의 소속 의원 가운데 친이와 친박을 비롯해 96명이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그 의견들은 본질과는 상관없는 주장, 말꼬리 잡기, 인신공격 등으로 채워져 감정의 골만 더 키워놓았다. 의원총회를 마친 한나라당 지도부는 당론 변경을 위한 표결을 유보하고 해법 모색을 위해 중진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친이 정두언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의 미디어법 처신을 문제삼아 공세를 펼치자 친박 이정현 의원이 “친이가 거짓말로 박 전 대표를 흠집해려한다”고 반박하면서 충돌이 일기 시작했다.
“저질 코미디 같은 의총을 더 이상 국민에게 보여주기 싫다. 더 할 얘기도 없고 개인적으로 불참을 선언한다”
“그동안 숱한 토론 통해 의원 각자가 소신을 갖고 있는데 며칠 토론한다고 이게 바뀌겠냐. 참석하나 불참하나 별 의미가 없다”
“토론이 아니라 자기입장만 떠드는 의총을 지켜보는 국민은 얼마나 피곤하겠냐. 친이가 원하는 의총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 결심을 해야할 것이다.”
“이미 나올 얘기는 다 나왔고 발언자들도 중복되는 상황이라 진전이 없다”
친이 일각에서는 친박이 거부하는 당론변경 투표를 강행했다가 정치적 후폭풍을 자초하는 것보다는 세종시 논의자체를 차기 경선 또는 대선까지 미루자는 아이디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한다. 친박 핵심의원은 “현실을 반영한 고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일단은 원안대로 공사를 진행하다가 2012년에 논의해야한다는 전제가 합의돼야한다”고 말했다한다.
필자가 보는 세종시 사건
“이명박은 미래를 중시하는 데 반해 박근혜는 과거에 집착한”는 말도 나왔다. “이명박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반면 박근혜는 효율성을 무시한다”는 말도 나왔다.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이런 말들은 틀린 말들이 아니다. 하지만 완전한 말은 아니다. 이는 마치 김연아의 공연을 기술점수로만 평가하고, 예술점수를 무시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이명박과 박근혜와의 싸움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자면 “이명박은 효율을 중시하고 박근혜는 정치인의 대국민 약속을 중시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효율성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효율을 무시한 기업은 도산할 것이고, 효율을 무시하는 국민은 경제적 고통을 자초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세종시 원안은 효율성을 파괴하는 아주 좋지 않은 방안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필자는 이명박 주장에 찬성한다. 많은 식자들이 필자의 생각에 동참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 버리기에는 마치 김연아 연기에서 예술점수를 무시하는 것처럼 매우 중요한 또 다른 가치에 눈을 감는 것이다. 정치인의 대국민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정치인의 도덕성’에 눈을 감는 것이다. 이 세상 그 누가 ‘정치인의 도덕성’이라는 지고한 가치를 아무 것도 아니라 무시할 수 있을 것인가?
세종시 문제가 바로 이 순간에 처음으로 대두됐다면 대부분의 국민은 효율성이라는 잣대 하나로 무엇이 옳은 것인지 금방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다루고 있는 세종시에는 효율성이라는 꼬리표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의 약속’이라는 과거의 꼬리표가 동시에 달려있다. 효율성도 매우 중요한 가치이지만 정치인의 약속도 그에 못지않은 가치다.
효율과 약속, 이 두 가지 가치 중에 어느 가치가 더 우위에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실하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해답이 없는 질문인 것이다. 막상막하의 무게를 갖는 가치들인 것이다. 친박세력은 약속을 신념으로 하는 사람들이고, 친이세력은 효율을 신념으로 신봉하는 사람들이다. 거기에 더해 이 양개 진영 사이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가에 흐르던 적대적 감정이 서려 있다. 철학이 다르고 거기에 더해 적대감정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5일간이나 모여 말을 주고받았으니 그 자체로 기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임에서 나온 말들이 온전한 말들이었겠는가.
정치인의‘도덕적 책임’을 무시하는 나라에 희망있을까?
이명박은 국민에게 사과(?)를 했다. “세종시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표를 얻기 위해 거짓 약속을 했다.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세종시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표를 얻기 위해 거짓 약속을 했다”는 이 고백은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단 한마디의 말로 용서될 수 있는 정도의 가벼운 말인가? 누구든지 거짓말로 국민을 선동하여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된다면 이 나라는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 정치인들의 거짓 약속과 거짓 선동은 하루라도 빨리 중단돼야 할 한국병이 아니던가?
필자가 놀란 것은 대통령의 사과(?)의 말뿐이 아니다. 일반 공무원들의 비행에 대해서는 서당의 엄격한 훈장처럼 매를 들던 언론들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매를 드는 것이 아니라 용비어천가를 불렀다는 사실이다. “어느 지도자가 저토록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느냐, 이명박이 최고다” 오히려 “표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말에 박수까지 쳐준 것이다. 언론들이 세도에 영합하는 어두운 세상이 된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일단 약속을 했으면 아무리 불리하더라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배워왔다. “약속을 지키려 하니 국가가 손해를 본다”는 것이 이명박의 주장이고, “일단 약속을 했으면 아무리 불리해도 지켜야 하며, 더구나 정치인의 약속은 끝까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박근혜의 주장이다. 이렇게 얽힌 문제는 두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의 희생이 없이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십자가적 희생 없이는 국가를 구원힐 수 없을 것
세종시라는 사안은 작은 사안이 아니라 이명박의 말 그대로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려 있는 어마어마한 사안이다. 다른 사안도 아니고 이런 사안을 놓고 대통령은 “표를 얻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했다. 오늘날 세종시 문제가 국가를 뒤흔들고 있는 것은 그 원죄가 이명박에 있음을 그는 자인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되고나서 ‘양심에 따라’ ‘국가를 위해’ 약속을 뒤집으려면 말로만 미안하다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필자는 어릴 때 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스님이 산에서 내려오면서 탐스럽게 익은 조 이삭을 쓰다듬다가 좁쌀 세알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 잘못을 갚기 위해 스님은 소가 되어 그 농가에 가서 3년 동안 일을 해주었다는 이야기다.
청년 시절에는 일본 사무라이 영화를 보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천하를 통일한 무사가 여염집을 지나다가 어린 여아가 아프게 통곡하는 것을 보았다. 늙은 할아버지가 병마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그 고통이 너무 안쓰러워 우는 것이었다. 의협심이 뛰어난 무사는 단번에 칼을 빼서 그 노인의 목을 쳐서 안락사를 시켜주었다. 무사는 그 다음에야 그가 국법을 어긴 죄를 자각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의 배를 찔러 자결을 했다.
대통령이 진실을 알면서도 표를 얻기 위해 국가의 백년대계가 달린 문제를 놓고 거짓말로 공약을 한 것은 좁쌀 세알의 문제도 아니고, 고통에 시달리는 노인을 안락사 시킨 문제도 아니다. 이는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인 것이지 슬쩍 지나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의 대국민 약속’이라는 매우 중요한 국가적 가치를 살리려면 그 스스로 예수님이 졌던 십자가를 져야 할 것으로 본다. 예수님은 만인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졌지만 이명박은 그가 지은 죄를 씻기 위해 그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위의 사무라이처럼 십자가를 져야 할 것으로 본다.
“여러분, 어떤 사람들은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세종시를 원안대로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모함을 합니다. 그러나 믿어 주십시오, 저 이명박은 한번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킵니다. 세종시를 명품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이 동영상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이건 아니다’ 하면서 다시들 생각 할 것이다. 이런 식의 결단과 자기희생이 없다면 세종시 문제는 시간이 가도 풀어지지 않을 것 같다
2010.2.27. 지만원
http://system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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