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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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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2-13 06:46 조회1,989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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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친구 이영일의 1․4 후퇴 직후 피난 이야기

 앞서도 영일이 이야기가 있지만 함경남도 흥남 서호에서 피난온 이영일이라는 친구의 피난시절 고생 이야기도 마음 아프다. 나와 피난민 시절 거제도 연초 국민학교에서 만난 친구이다. 김승엽이와 나 그리고 이영일은 4학년 2반 같은 반 급우였다. 세월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서로 보고 싶으면 서울에서 가끔 만난다. 영일이네는 1․4 후퇴 때 흥남부두에서 다른 피난민들과 큰 배로 나오지를 못하고 보름이나 지난 뒤에 서호 항에서 머구리배라는 작은 선박을 타고 온 가족이 나왔다.

함경도 일대에서 모든 주민들이 공산치하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살던 집 살던 이 동네 저 동네를 텅텅 비우고 피난길에 올랐다고 한다. 영일이네도 피난을 가려다 배타는 기회를 놓치고서 어떻게 하려나 전전긍긍하다가 마침 서호 항에서 과거 배를 운영했던 이모네(이모부는 그때 벌써 작고했음)와 비밀리에 연락이 닿아 이모와 사촌형 그리고 영일이네 부모와 다섯 남매가 어두워지는 초저녁 항구에서 남쪽을 향하여 출발했다고 한다.

벌써 흥남부두는 중공군과 인민군으로 점령을 당하였고 멀리서 가끔 함포사격으로 시가지 여기저기서 포탄이 터질 때만 섬광이 번쩍 하고 주변이 밝아질 뿐이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배안으로 들어가 보니 놀라운 것은 작은 머구리배에 이 동네 저 동네에서 몰려든 피난민들이 거기도 150여 명 정도가 되었다 하였다. 작은 배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으니 모두들 과연 배가 온전하게 한바다로 나가 항해를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을 하였다고 한다.

출항하기 직전 어떤 청년이 부두에 급히 달려오며 자기도 배를 타겠다고 애원하였는데도 먼저 승선한 사람들이 어서 떠나자고 고함을 쳐 그 청년은 배를 타지도 못하고 보따리만 지고 부두에 멀거니 서서 발만 동동 굴렀다고 한다. 어떤 아저씨는 배를 타려다가 미끄러져서 바다로 빠지기도 하였다 한다. 살고자 하는 모습들이 위기를 당하니 매몰차고 안타까운 장면들도 수두룩하였다.

배는 부두를 떠났고 포격소리 총소리가 끊이지 않는 흥남 시가지는 슬픔 속에 점점 멀어져만 갔다. 승객을 가득 실은 머구리배가 원산 앞바다를 지나는데 한겨울인 바닷바람으로 이는 파도가 높기만 하였고 휘몰아치는 진눈개비는 갑판 위에 웅크리고 있는 피난민을 옷 속까지 사정없이 적셨다. 영일이는 그때 젖은 옷을 입은 채로 배 밑 객실에 천막 쪼가리 같은 것을 뒤집어쓰고 쭈그리고 덜덜 떨고 있었는데 들이닥치는 파도가 배 안까지 뿌려 옷이 또 몽땅 젖어 살을 에는 한파로 인해 다리 한쪽이 얼어 동상을 입었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영일이는 아버지께 누가 자꾸 내 다리를 누르는데 다리가 이상하여 못 견디겠다고 하였다고 한다.

주변에서 영일이를 건드리는 사람들이 없었는데도 나중에 알고 보니 동상이 걸린 다리가 무감각해짐을 그렇게 하소연하였다고 한다. 원산을 지나 배는 남쪽을 향해 계속 항해를 하는데 승객을 너무 많이 태운 배의 기관실 기계에 과부하가 생겨 갑자기 한밤중에 기관실에서 불이 나니 파도에 이리저리 쏠리던 승객들이 더욱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 우왕좌왕하며 웅성대니 배가 당장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고 했다.

이때까지 가만히 있던 젊은 승객 몇 사람이 대가 세게 나오면서 배 안의 질서를 잡느라고 소리소리 지르고 겁에 질려 왔다 갔다 하는 이 사람 저 사람들을 후려치는데 이 또한 무섭기도 했으나 그로 인해 승객들은 비로소 냉정을 찾아 조용했다고 했다. 이때 영일이 아버지가 나섰다. 영일이 아버지는 흥남에서 제련소에서 근무했는데 마침 기계를 다룰 줄 아는 기술이 있어 기관실에서 이는 불을 여럿과 협동해 잡고 다행히도 기계를 다시 고칠 수가 있어서 항해를 계속했다고 한다.

영일이 말에 의하면 고함치던 몇 사람의 사나운 승객은 피난민들이 아니고 얼핏 보기에 민간인 복장을 하였지만 대한민국 국군의 특수부대 요원 같았다고 하였다. 이렇게 하여 배는 묵호 항에 도착하였고 모든 피난민들은 그곳에 내리니 비로소 대한민국 품에 안긴 것을 확인하고 안도감을 가졌다 했다.

영일이네 가족은 묵호 항에서 다시 배를 구하여 포항까지 내려왔고 이후 포항에서 또 배를 타고 거제도 장승포 항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도착한 시간이 밤중이었는데 그곳에서 피난민들을 안내하기를 피난민들은 연초 면까지 가야 된다 하여 지친 몸을 이끌고 길고 긴 옥포 고개를 걸어서 넘어 연초 면 죽토리에 도착했다고 하였다.

당시 영일이의 담당은 재봉틀 대가리를 지고 가는 것이었는데 열두 살짜리가 무거운 재봉틀 대가리를 죽어라고 지고 다녔는데 어깨가 붓고 매우 고생스러웠다 했다. 한밤중 죽토리 언덕배기 어느 원주민 집에 사정하여 외양간에 들어 가축들의 똥내 맡으면서 그날 밤을 거기서 새웠다고 하였다.

영일이는 그 이후 연사리 앞 MP 다리 근처에서 슈샤인보이 노릇과 껌팔이를 하였고 이어 미군 제 64 이동야전병원에서 쑈리가 되어 심부름을 하면서 초기 피난민 생활을 하였다. 이렇게 1․4 후퇴 이후에도 한동안 동해 함경도 해안가로부터 서해 신의주 아래 서해안 포구 곳곳에서 이북 주민들은 가족들을 데리고 감시망을 뚫고 소형 배편으로 쉴 새 없이 공산치하를 벗어나 자유대한으로 내려왔던 것이다. 공산 노동당 마수들에 들키면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데도 주민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기를 쓰고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내려왔던 것이다.(계속)

아미동에서 바라본 영도 고갈산

 

댓글목록

심심도사님의 댓글

심심도사 작성일

요즈음은 슈사인 보이 노릇도 쩐이 없으며 못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예전에 서울에서 근무할 당시에
장안동에서 있었는 데.....
우리 사무실 근처에 구두닦는 곳이 있었더랬습니다
그 분에게 물어보니...
그 당시에 권리금이 구천만원????
하루에 몇 켤레나 닦아야 하느냐고 했더니
하루에 천켤레 정도 닦으면 한달에 오백만원 정도의 수입이 된다고 하더군요
물론 저희 사무실 근처에는 북한 연구소며,
국민은행이며, 등등의 유수한 건물이 더러 있긴 했었지만...
모모하신 분들께 상납금도 다소간 드려야 하고,
깡패들에게도 얼마간 집어줘야 했었고,
계산한 결과 4~5백정도가 겨우 실제로 구두닦는 사람들에게
떨어지는 돈이 었다는 사실은 제게 커다란 충격이었었지요!!!

inf247661님의 댓글

inf247661 작성일

교장 선생님! ^*^ 중학교 교장 경력도 지내셨으니, 고교 수학 교사도 하셨었고요! ^^*
아마도(?) 국교.중학교.고교 교장 선생님을 지내셨으면 군부와 대조.비교한다면, 大領(대령)은 되겠죠! ,,. 정확한 직급을 말하지는 못해도 저는 그렇게 압니다만,,.

그런데, 위 게시판 글 가온 데 후반부에 나온 용어 가온 데, " 미군 제 64 이동야전병원에서【쑈리】가 되어 심부름을 하면서 초기 피난민 생활을 하였다. 이렇게 ,,.】 *^^
【쇼리】라는 말을 정말 오래간만에 들어 봅니다! ,,. 여간 똑똑하거나, 악다구리가 아니면 '쇼리' 못하죠! ,,. ^^* '
하우스 보이', '슈샤인 보이' 등등! ,,. 그들은 영어, 비록 口語體 속어들이지만, 썩 잘 통하던 것 같았었읍니다. ,,. 지금 그들이 현재의 나보다는 훠얼 씬 잘 살고 있을 겁니다. ,,. 모르긴 몰라도,,. ^^*
+++

그리고 1가지 添言(첨언)드리면;
'채 명신' 장군님! 육사 # 5기생. 초대 파월 제首都사단장{맹호}, 주월한국군 총사령관!
이 분께서 지으신 '채 명신 회고록' ㅡ ㅡ ㅡ【사선을 넘고 넘어】에 보면,
'백골 병단'이라는 단원이 있는데, 이것 후반부에 '白骨 兵團'은 추후 다른 지휘관에게 인솔되어져,
東海岸 원산만에 상륙하여 敵後 활동을 하다가 적지 않은 피해를 당해 그 뒤 완전 해체되어져 버렸다고도 하는 '백골 병단' 후일담이 매우 짧게 적혀있읍니다만 ,,.

참고하십시요. ↙
춘천 시립도서관에는 '채 명신' 장군님의 회고록 "사선을 넘고 넘어' 가 있으며;
춘천 중앙도서관{평생 정보관}에는 '백골 병단' 작전참모 '전 인식' 대위{유격대 대위}가 지은 '설한의 장정' 이라는 구체적인 '백골 병단'의 저서가 있읍니다.

'전 인식' 유격대 대위는 해체된 뒤, 유격대 계급 사칭으로 군부 수사기관에 체포, 제1사단 군법회의에 회부, '무죄' 언도를 받았는데,,. 추후 군부 입대 령장이 내려와서 제2훈련소에 입

inf247661님의 댓글

inf247661 작성일

↗ 추후 군부 입대 령장이 내려와서 제2훈련소에 훈련병으로 입대, 훈련 도중, 간부후보생 시험에 응시, 전남 광주 尙武臺 육군보병학교 간부 후보생 교육을 수료, 이번에는 정규군 소위로 임관, 보병 소위로 근무타가, 병기 병과 장교로 전과, 부산 육군병기학교에서 병기 병과 轉科(전과) 교육을 받고 중위로 진급, 전방 사단 병기대대에서 탄약 출납 장교로 근무! ,,.
휴전 직전, 대위때 사단장의 엄중한 탄약 수령 보급 명령 받고는 군단 탄약고에 가서 반 강제(?) 협박하여, ,,.
각종 탄약 ² ½ 톤 GMC 트럭 30여대 분을 MP convoy 엄호하에, 야간에 small light 만 켠 채, 장장 60 km 를 장거리 운행, 무사히 사단장 명령을 완수! ,,. 그 당시 그 '전 인식' 대위는 트럭 맨 앞의 본넷트에 올라 앉아 convoy 행렬 및 사단 MP jeep 를 통제하면서 운행을 지휘하는 등,,.

지난 해, 동기생 모임에 배부된 '갑종이여 영원하라'는 년말 회보집에 기술되어졌더군요. ,,.
그 '백골 병단' 작전참모 유격대 대위 '전 인식'은 간부 호보생 제 # 44기생으로 임관되시어더군요. ↙

inf247661님의 댓글

inf247661 작성일

↗ 그 '백골 병단' 작전참모 유격대 대위 '전 인식'은 간부 호보생 제 # 44기생으로 정규군에 임관되시었더군요. ,,.
지금도 그들 '백골 병단'은 정부로부터 하등의 보상도 없이,,.
'전 인식' 대위님은 '채 명신' 장군께서 주월사령관 마치고 후방 제2군사령관 시절에 '백골 병단' 유격대 작전참모 '전 인식' 대위와 邂逅(해후), 사진을 박은 것이 '雪恨의 長征'에 나왔더군요. ,,.
'전 인식' 대위님은 자유당 말기에 전역, 자기 계발에도 꾸준히 힘써서 대학 교수로까지 되어 정년 퇴직! ,,.
지난 해에도, 지 지난해에도 강원일보에 기사화되어 보도! 강원도 인제군 원통! 고 원통 3차로 갈림길!

북동으로 속초의 '미시령'과 북으로의 '진부령'과의 3차로 갈림길 헌병 검문소에 설치된 '백골 병단 전투 전적비' 인근 주민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

교장선생님! 위 책을 제가 춘천 시립도서관에 비치 요청 완료! //
530 GP 책도! 그리고 '솔로몬 앞에 선 5.18' 책자도 ,,.
'화려한 사기극의 실체 5.18'은 벌써 비치되어져 있고요. ,,.
말이 길어졌읍니다. ^*^ 여 불비 례, 총총

김찬수님의 댓글

김찬수 작성일

inf247661님 안녕하십니까? 항상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참으로 해박하신 분이십니다. 어떻게 그 많은 분야의 지식 내용들을 지니고 계시는지. 감탄합니다.

한가지 제안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재직시 교장선생님 직을 수행한 적이 없습니다. 퇴임시 명퇴 교감직이 전부다 입니다. 오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찬수 배.

inf247661님의 댓글

inf247661 작성일

중앙도서관 책 표지에서 봣는데,,. ^*^ 제가 착오! 죄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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