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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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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1-18 08:10 조회2,048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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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기초학업 손실

1954년 4월 나는 6학년이 되었다. 제대로라면 중학교 1학년이 되었어야 하는데 1950년 6월이 지나면서부터 6ㆍ25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난리 통에 1년을 쉬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동란 전후해서 피난을 다니다가 처음부터 나중까지 이북 정치바람이 든 사람들에게서 눈치 보며 감시를 받는 처지였으니 신통하게 공부가 되었을 리 없는 격동의 시절이었다. 6ㆍ25 나던 그 한 해만 하더라도 학교의 아까운 1년의 세월은 완전히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전쟁 통에서 잠시 멈칫한 학생도 있으나 곧 정상적인 학습을 한 학생들이 많이 있지만 중부전선에서 전쟁 통에서 쫓겨 다니면서는 못 볼 것만 수두룩이 보고 경험하고 다닌 나 같은 아이들은 나중에 이를 극복하느라고 또 다른 몸살을 앓았다. 전쟁으로 이 나라의 모든 것은 따뜻한 자연 이치와 함께 어깨동무하지 못하고 멈춰 섰다. 아니 뒷걸음질을 친 것이다.

그 뒤 나는 수학을 전공하였고 명색이 평생 수학교사였지만 한 가지 고백을 해야겠다. 초등수학을 공부할 때도 중등수학, 고등수학을 공부할 때도 내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상한 불안 심리현상이 내 마음 안에서 작용했다. 열등의식도 아니고 참으로 이상한 심리였다.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창피하기까지도 하였다. 어려운 문제를 풀 때나 남들처럼 계산을 쉽게 해 정답을 구할 때도 그 언뜻 지나가는 이상한 심리상태는 마찬가지였다. 무엇이 부족한 듯한 두려움 비슷한 그런 불안한 심리가 있었던 것이다.

수학은 수의 이치를 연구하여 실생활에 이를 적용시켜 유익을 창출하는 데 목적을 두는 학문이라 나름대로 간단히 말하고 역시 그 수학을 시작하는 기초 수단이 산수 즉 계산(셈)을 하는 것이라 간단히 정해 놓은 가운데 나의 말을 해 보고자 한다. 기초적인 뺄셈 계산문제를 만날 때 나는 몹시 불안해하는 습관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5 + 2 = 7, 9—3 = 6, 15—2 = 13의 계산은 거침이 없고 불안하지도 않았으나 12—5 = ?, 16—9 = ? 의 문제가 나오면 아주 불안한 마음의 동요가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간 뒤에야 마음을 가다듬고 그 계산을 올바르게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편안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서 이러한 마음이 왜 생겨나는 것일까? 모르는 문제도 아니지 않은가?

참으로 내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를 척척 풀이하는데 왜 이러한 뺄셈에서 두려움을 가지는가? 상급학교 진학을 할 때도 어려운 시험에 통과했을 때도, 중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였다. 1954년 거제도에서 국민학교 6학년 초에 산수 경시대회에서 제일 잘했다고 선생님이 칭찬을 해 주었던 경험도 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계산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 뺄셈만 나오면 멈칫하고 두렵다는 것이다. 요즈음은 유치원생도 쉽게 푸는 이 기초과정에 왜 나는 두려움의 심리가 발동하는가? 중등교사인 내가! 심리적 원인은 나중에 내 스스로 진단하면서 해결되었다. 모든 과정을 체험한 것과 체험하지 않은 것 바로 그것이 문제점이었던 것이다.

 

51. 학습 불안심리

1984년 44세 되던 해 겨울방학이 시작되던 12월, 서울대학에서 나는 상담(카운슬링) 지도교사 자격 취득을 위한 강습을 겨울 내내 받았다. 이때가 교사로서 새로 태어난 내가 되었던 해이기도 하다. 심리상담 교사로서 아주 시야가 넓어진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기를 맞은 것이다. 상담강습을 받는 그 안에도 내가 겪은 6ㆍ25 관련 이야기가 있으니…….

상담과 심리치료 과목을 공부할 때였다.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은 자기가 고민하는 문제를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는 심리인데 카운슬러가 이 같은 태도를 인정(recognition)하고 명료화(clarification)하게 됨에 따라 학생은 점차 선생과 자기와 공동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변하고 마침내 자기 결정에 책임을 지게 귀착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타의와 자의의 차이가 상담과 심리치료에서는 극히 중요한 뜻을 내포한다’ 는 내용과, ‘어떤 경우에서든지 경험하지 않고 뛰어넘은 것(손실된 것)은 반드시 그 손실된 때로 돌아가서 스스로 발견하고 채워지도록 도움을 주어야 된다’는 상담에 관계되는 전문서적의 내용을 읽고 나는 아하! 하고 순간 뇌리에서 스치는 것이 있었다.

이는 바로 여태껏 마음속으로 지녀온 나의 두려움에 관한 것이다. 교사가 되려고 교육학을 공부할 때도 상담과목을 공부했을 때 다 집고 넘어간 내용인데 이제 와서 새삼스레 깨닫게 되다니! 나는 당장 동대문 평화시장 헌책방에 가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 산수책을 모두 구입했다. 다음날 강습을 다 받은 뒤 곧장 집에 온 나는 내 방문을 닫아걸고 들어앉아 스스로 상담교사가 되었고 또 동시에 피상담자의 신분으로 책을 펴고 그 뺄셈 부분을 찾아 확인한 뒤 전쟁 통에 잃어버리고 경험하지 못한 나의 세계 속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잃어버린 나의 시간을 되찾기 위하여 내 스스로 마음속의 정다운 그 때의 내 교실 안에 스스로 앉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말했다. 스스로 자문자답하였던 것이다. ‘찬수야! 이제 책을 폈지?’, ‘네’ 하고 대답하면 ‘그러면 이 문제를 한번 생각해 보자!’ 조금 있다가 나는 마음속으로 또 ‘네!’ 하고 대답을 하고 천천히 문제를 보았다. ‘자! 여기를 한번 보고 생각해 보자!’ 하고는 조금 있다가 문제 풀이 과정을 보고…… 대충 이런 식으로 접근했다. 강습 도중 지도 교수님의 숙제이기도 하여 나는 내 자신을 사례로 상담 연습을 아주 열심히 하였던 것이다.

15— 6 = (10 + 5)—6

= (9 + 1 + 5)—6

= (9 + 6)—6

= 9 + 6—6

= 9 + (6—6)

= 9 + 0

= 9

또는

15—6

= 10 + 5—6

= (4 + 6) + 5—6

= (4 + 5) + (6—6)

= 9 + 0

= 9

이런 풀이 과정으로 나름대로 쉬운 방법을 택하는 형식을 취하여 진행했다. 6ㆍ25 당시 이북에서 우격다짐으로 손가락 발가락 다 동원해 가며 학교 선생이 지도하던 원시적 주먹구구식 지도방법을 택하지는 않았으나 어찌 되었거나 누구든지 다 아는 뺄셈 과정과 다른 손실된 학습과정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다시 채워져 갔다.(계속)

 

댓글목록

금강인님의 댓글

금강인 작성일

늘, 화곡 선생님의 글을 감명깊게 읽고 있습니다.
저는 뺄셈을 제대로 못하다 보니 나눗셈도 문제가 되어 아버지한테 꿀밤을 많이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도 들로 산으로 고비풀린 망아지처럼 다니다 보니까 자리를 받아내리는 방법이 미숙해서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이런 계산법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15-6 = (15+4) - (6+4) = 19-10 = 9
뒤쪽의 빼는 수에 10의 보수를 똑같이 더해서 10이 되도록 하면서부터 계산이 잘 되었습니다.

김찬수님의 댓글

김찬수 작성일

그런 경험을 기억하고 계시군요. 금강인님의 발상과 체험담은 참으로 멋 있으십니다.

inf247661님의 댓글

inf247661 작성일

이른 바, 所謂(소위), '배분 법칙!' ^^* 괄호가 새로 생기던지 또는 괄호가 없어지는 것, 또는 새로 숫자를 생겨 곱하거나 나누거나하는 것을 '配分 法則' 이라고 아는데,,.
벌써, 이미, 하마, 당시에 그걸 스스로 터득하셨었군요! ,,. 궁하면 통하다더니,,.
사실, 수재/천재가 따로 없읍니다! '김 찬수'님께오서도! ^*^

그리고 '金剛人'님께서도 마찬가지이고요!
'보수'를 말하시니 말이지만 전자 계산기 수학 및  진법 계산이 생각킵니다요. ^^*
어린 시절에 지니던 수재성/천재성을 누구나 다 지니고 있다가 스스로도 모르게, 시나브로 상실해 간다지요! ,,. 안타까울 뿐! ,,. 여불비례.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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