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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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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0-18 21:17 조회2,1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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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951년 최전방 국방군 주둔지 강현면

 (1). 육박전 이야기

 우리 동네에도 집집마다 군인들이 주둔하였다. 우리 집 아래윗집으로 일개 소대원이 같이 있었는데 젊은 아주머니들과 누나들은 모두 군인들을 피해 따로 모여 다른 집에 있게 했다. 동네 아저씨들은 누나들과 젊은 아주머니들이 다칠 새라 신경도 많이 썼고 주민 마을은 또 다른 의미의 비상이 걸리다시피 한 기억도 난다.

나는 개울 마을을 지나다가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많은 군인들이 집집마다 주둔하였는데 하루는 전쟁 통에 어디서 왔는지 우리 마을 사람이 아닌 이상한 차림의 젊은 여자들이 개울말 동네 마을 회당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 군인 아저씨들이 그 회당집 앞에서 줄을 서 있었고 한 아저씨가 집안에서 나오면 또 다른 아저씨가 들어가는 걸 보았다.

이런 이상한 모습을 동네 아주머니들도 보았는지 우리 집에 모여서 끼리끼리 쑥덕거리며,

“뭐이 그렇너? 정낭간(양양 사투리로 변소)에 간다면서 조짱(종이)도 없이 들어가고, 대낮에 웃티(옷)도 입지 않고 방에서 나오쟎우!”

하면서 킥킥거렸다. 한 아주머니가 우습다는 듯이 입을 가리면서 말하였다.

“어떤 군인이 고함치기를 어서 빨리 나와! 나도 소변이 마려워 못 견디겠다! 이러지 않우! 그래 가지구서야 핻아(갓 난 어린아이)가 생기겠너?”

하면서 손바닥을 치며 모든 아주머니들이 까르르 웃던 일이 생각난다.

나의 생각에도 통상적으로 우리 마을엔 정낭간이 집 앞 마당 건너편에 있는데 무슨 용변을 집 방안에서 본다는 말인지? 내일이면 소금재 고개 넘어 큰 전투가 벌어진다고 총기를 닦으면서 곧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판인데 그 개울말에서의 이상한 장면은 도저히 우리 동네와 전쟁터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기억이었다.

동네 수염이 허연 어른들이 망조 들렸다고 야단들이 났었다. 특히 규율 부장격인 종렬 아저씨는 장비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혀를 끌끌 차면서 해괴한 일 났다며 노발대발했다. 이 때문에 인민군이 마구 들어왔다든지 국군이 엄청나게 몰려온다든지 하면 어른들이 젊은 아주머니들이나 누나들을 밖으로 나돌지 못하게 하였고 모두 골방에 숨게 하는 지경이었다. 나는 그 때는 잘 몰랐으나 커서야 그 정황을 어렴풋이 짐작할 듯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 여름까지 강릉 쪽으로 모두 다 피난을 갔다 온 그 이후 우리 동네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방 신병 훈련소가 생겼는데 그 이후엔 그런 소문이 없었다. 분대장들은 실탄이 들어있는 권총을 허리에 차고 다녔는데 분대장 중에는 일등중사도 있었고 이등중사도 있었다. 내가 군에 입대했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병장 상병에 해당되는 사병 계급인데 그 분대장에게도 전시에는 총살권이 있다고 무시무시한 말을 하여 어린 우리들은 그 권총을 보고 겁이 나 은근히 두려워했다.

그때 어린 나이지만 군인들의 눈초리를 유심히 보았는데 커서 생각해 보니 그 때의 군인들 눈빛은 보통이 아니었다.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고 빛나기가 샛별 같았다. 얼굴에 살기가 등등하였다고 말할 수가 있다. 어른들이 말하기를 전투에서 사람을 많이 죽였기 때문이란다. 하기야 그 무서운 전투를 수도 없이 겪으며 무수히 총을 쏘며 밤낮 잠도 못자고 때로는 한밤중에 양쪽 군이 맞부딪쳐 총칼로 치고받는 육박전까지 겪었으며 뒷산 너머에서 계속해서 적군과 싸우려고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그들이니 과연 그 눈빛이 어떠했겠는가 짐작이 가는 일이다.

낙동강 전투와 다부동 전투에서 이긴 기세로 영덕을 지나 삼척 강릉으로 진격해 치올라올 때 그때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면 반드시 이겨야 하고 심지어 한밤에 기습을 받아 육박전이 벌어질 땐 적군인지 아군인지가 분간을 할 수 없어 가까이서 상대의 머리를 더듬어 보고 머리카락이 길면 국군이고 짧으면 적군이다 라고 구분하여 싸울 때도 있었다고도 하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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