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화속으로'에 대한 부분적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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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유의깃발 작성일10-10-11 15:57 조회2,615회 댓글2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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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인 올 6월에 개봉되어, 요상한 사상을 부추기는 영화가 난무하는 와중에서 우익적인 시각으로 완성한 '꼭 봐야 할 영화'로 선택된 '포화속으로'.
그리고 각 정치사이트에서는 이 영화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학도호국단의 활약상을 그림으로써,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해줬고, 이전에는 미화하기 바빴던 북한군에 대한 정확한 실체를 보여줌으로써, 종북세력들에 대한 준엄한 경고를 전하고 있다는 논평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난 그 당시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이 영화를 보질 못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DVD 가게 창에 붙여놓은 포화속으로의 포스터를 보고, 특히나 고등학생인 딸아이를 위해 빌려다 함께 보았는데..
물론 이전의 특히나 지난 두 정권에서 만들어진 비슷한 類의 전쟁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즉 전쟁과 공산주의(빨갱이)에 대한 객관적 시각과 붉은 사상을 미화하는 뭐같은 의도를 배제한, 오랜만에 보는 애국심을 영화 전편(全篇)에 걸쳐 배치한 역작이었다.
하지만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곳도 있는 법이기에 그런걸까?
아니면 나의 사고가 너무 극단적으로 오른쪽에 치우쳐서일까?
영화가 끝난 뒤, 마음 한 구석에 남겨진 어쩔 수 없는 이 답답함은 무엇일까?
여튼 영화 포화속으로의 내용 중 몇몇 장면에 대해, 개인적인 아쉬움을 담아 언급해보고자 한다.
# 빅뱅의 멤버 탑이 주인공인 '오장범'이란 학도의용군 역을 맡았다.
처음부터 영화는 학도호국단을 실전과는 거리가 있는, 무기와 탄환을 나르는 단순한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이랬던 학도호국단이 나중에는 적들과 용맹히 싸우는 전사'로의 극적인 변신을 보여주기위해, 어설픔 혹은 나약함을 의도적으로 영화 도입부에서 그렸겠지만..
영화 처음 부분이긴 했으나, 어쨌든 '김준섭'이라는 이름의 군인이 이 오장범을 몇 번이나 위험에서 구해주고, 이로 인해(신경를 쓰다) 결국 적의 총을 맞고 대검에 찔리게 된다.
여기에 총에 장전도 하지않아 결국 그를 살릴 기회마저 잃게 됨은, 비록 후반부 학도의용군의 용맹무쌍한 변신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도움은 커녕 걸리적 거리는 존재'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 국군의 실질적 리더인 김승우는, 후퇴하면서 다리를 폭파하라는 상관의 지시에 "그러면 피난민들이 강을 건널 길이 끊긴다"며 반대하지만, 계속된 명령에 따라 결국 다리를 폭파하고 등을 돌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다리를 건너지 못하도록 철조망을 친 뒤에서 피난민들은 건너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또한 이를 저지하는 국군들이 있음에도 불구(이는 옥의 티겠지만)하고.
그러나 그리 길지도 않은 다리이고, 또한 인민군들이 도착할 때까지는 시간적이 여유가 있었음에도 이렇게 매정하게 다리를 폭파함에서, 건너지 못한 피난민의 절규에서 이입되는 국군에 대한 원망과 실망 그리고 부정적인 시각을 불필요하게 유도한다.
# 살인미수로 소년원에 갈 처지였지만 빨갱이들의 총에 부모가 죽임을 당했기에, 빨갱이들과 신나게(?) 싸워보려고 왔다는 권상우 등을 비롯한 학도의용군이 도착하고, 곧 이들에게 "학도병은 군인인가? 군인이 아닌가? 너희들의 조국이다.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 믿는다"는 말을 남기고는, 모든 군인들은 낙동강 전투를 위해 떠나가고 학도의용군들만 남는다.
말이 되는가?
총도 쏠 줄모르는 학생들만 내버려두고, 그것도 이들을 지휘할 단 한 명의 국군도 남기지않고 떠나가는 모습은, 자칫 보는 이들에게게 너무나도 무책임하고 무조건적 애국심만 강요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었다.
'웰컴 투 동막골'에서 처럼, 식량 보관창고에서 터지는 수류탄.
수류탄의 안전핀을 보고는 "뭐꼬 이게?"라며 빼내어 식량창고를 박살낼 정도로, 아무 것도 모르는 학생들인데..
# 학도의용군끼리 남아 포항을 지키던 어느 날 새벽 인민군 정찰대가 다가오고, 이들은 격전을 벌인다.
그리고 죽은 이들 사이로 아직 목숨이 붙어있는 인민군을 발견했고, 그 인민군은 "오마이~ 오마이~"를 부른다.
이를 보고 오장범은 죽이길 망설이지만 결국 강요에 의해 사살하는데.
그 뒤에 들리는 오장범이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내용으로의 나레이션..
"어머님. 전 오늘 북한괴뢰군을 죽였습니다. 제가 아는 북한군은 머리에 뿔이 달린 괴수였습니다. 근데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저희와 같은 어머니를 찾고 있었습니다. 어머님.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물론 우리가 어렸을 적에도, 김일성과 북한군은 뿔이 달린 괴물로 인식했었다.
하지만 이 나레이션을 통해, 북한군에 대한 실체를 지나치게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아무리 명령에 의한 것이라지만, 엄연히 남침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그 수많은 인민군의 만행은 뒤로 슬며시 돌리고는, 머리에 뿔이 달린 괴수가 아닌 우리와 똑같이 어머니를 찾는, '불쌍하기만 한 동족'이란 사실만을 강조하고 있다고나 할까..
전쟁은 왜 해야 하나라..
이것은 비록 어머니에게 묻는 말이었지만, 실지로는 어머니라는 매체를 통해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었다.
전쟁이란 있어서는 안되는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전쟁이기에 이는 전쟁을 일으킨 주체에 물어야 하는 것이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를 죽이려 달려드는 적을 어쩔 수 없이 죽여야만하는,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을 인식못한 일그러진 휴머니즘은 혹 아닐런지..
# 식량창고의 폭발로 인한 식량부족 등 물품을 충당하기위해 나선 길에서, 그들은 한 인민군의 총격을 받고는 뒤쫓다 매복해 있던 인민군들과 총격을 벌인다.
천신만고 끝에 결국 모두 사살했지만, 도망가던 마지막 한 명의 저항으로 내부적 심리적 갈등을 겪는다.
채 열살도 안되보이는 그야말로 인민군복을 입은 어린아이의 "나는 김일성 장군님의.. 조선인민국의 병사다.. 결코 투항(항복)하지 않는다" 외치며, 총을 쏘기위해 잘 다룰줄도 모르는 총을 장전하려 애쓰고, 쏘지마라는 오장범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권상우는 그 인민군 아이가 장전하는 순간 총을 쏘고만다.
그리고 둘은 서로 총을 겨누는데..
아직 엄마 품이 그리울 아이를 쏜 것에 대해, 그리고 권상우의 "빨갱이잖아. 총들었으면 다 쏴죽여야지!"라는 말에서, 혹자는 또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저런 어린아이까지.."라는 한탄조의 탄식 혹은 비난을 해댈지도 모르겠다.
분명 적지않게 있었을테고.
허나 이런 어린아이까지 '김일성 장군'을 외치게 하고 전쟁터로 내몬 자들은 누구인가?
왜 그들에 대해서는 비판이 없을까?
아무리 어리다고는 하지만, 내가 쏘지않으면 그 애의 총에 의해 내가 그리고 우리가 죽게되는 실체적 현실을, 왜 이같은 억지적 동정심으로 애써 외면하려 하는가의..
생명을 앗는 총알은 나이와 상관없이 날아온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망각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 김승우는 포항에 남겨놓은 학도호국단에 대한 걱정으로 상관에게 지원병을 요청하지만, 그는 치열한 낙동강 전투를 이유로 이를 거부한다.
하지만 결국 작전참호에 있던 미 지휘관에게 이를 요청하게 되고, 그들은 북한군 탱크를 잡는데 유용하다는 바주카포 2기를 얻는 것에 만족해야했다.
또한 2시간 후면 연합군이 도착한다는 말만 계속할 뿐, 결국 미군을 포함한 연합군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않는다.
여기서도 나타나지않는 연합군이란 존재에 대해, 그리고 이런 확실하지않은 말만 되풀이하는 국군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유도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 또 하나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학도의용군은 아직 생명이 붙어있는 인민군과, 비록 총을 쏘려했기때문이지만 어린아이를 죽였던 반면, 북한군 766부대 소장으로 나오는 박무랑(차승원 분)은, 사로잡은 학도의용군을 죽이지않고 의용군의 진지(학교)까지 데려다준다.
물론 진지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기 위한 의도였지만, 두시간 뒤인 12시까지 "계양대에 백기를 들고 투항하면 모두 살려줄 것"이라는 말을 하며..
이를 보는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질까?
빨갱이이니 어린아이까지 죽여야한다는 학도의용군과, 비교도 안되는 압도적인 전력을 가졌음에도 폭격을 하지않고, 말로 항복을 유도하는 두 모습에서 말이다.
과연 누구에게 일푼이나마 더 동조의 손을 내밀었을까?
여기에 더해 차승원은 학교앞 1km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발포하지말고 자신의 명령을 기다리라는 지시를 내리지만, 학도의용군은 12시가 되자 먼저 인민군에게 박격포를 날려 사상케한다.
그러자 차승원은 "은혜를 포탄으로 갚아? 개새끼들. 다 죽여버리겠어. 모조리 찢어 죽여버리갔어"라며 반격을 명령한다.
물론 선전포고를 하긴했지만 학도의용군이 먼저 공격을 함에, 인민군의 반격은 당연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있다.
즉 졸지에 학도의용군은 가해자로, 인민군은 피해자가 되고 만 꼴이었다.
물론 감독은 이런 것을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덧붙이자면 인공기는 자주 화면 가득 비추는데에 비해, 이 영화에서 강조하는 한 부분인 애국심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태극기는, 가물에 콩나듯 그것도 스치듯 보여주고 있다.
뭐 영화의 막바지에 인민군이 학교로 진입하며 밟아대던, 포격으로 쓰러진 게양대의 태극기는 선명히 보여주더만.
이외에도 많은 아쉬운(고개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장면이 있었지만, 지면상 여기서 그치겠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각인되어 떠오르는 건, 오장범의 애국심을 품은 열연도, 권상우의 극적인 변신도, 김승우의 안타까운 눈물도 아닌, 인민군 소장 박무랑의 모습이었다.
인민군 소장 박무랑의 카리스마를 너무 강조함으로써, 학도호국단과 국군의 활약과 감동적인 애국심은 그리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남들이 다 "예스!"라 할 때, 나 혼자 "노!"라고 말하려는게 아니다.
또한 앞서 밝혔듯, 나의 사고가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되는 혹은 아쉬운 부분도 적지않았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난 두 정권 하에서 경쟁적으로 쏟아져나온, 정체성 모호하고 더우기 저들의 사상을 미화하려는 수작질로의 영화들 보다야, 애국적 마인드와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는 것임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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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인간님의 댓글
냉동인간 작성일
자유의깃발님
저도 영화를 밨지만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습니다.
금강야차님의 댓글
금강야차 작성일저도 다리 폭파 장면이 좀 이상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