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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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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하 작성일10-10-08 11:59 조회2,101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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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오후의 哀想은 쇠락해가는 나무들의 낙엽이 鋪道 위를 바람에 쓸리면서 저녁

시간으로 이어져 가는 그 선 위에 있다. 세월과 더불어 오늘의 이 시간도, 그리고

만물 또한 소멸해 감은 새로운 생명을 위한 하나의 마감들이다. 꽃을 피우고 한껏

녹색의 향기를 떨치던 세상은 이제 노랗거나 갈색, 은백색의 세계를 준비할 것이다.

, 그러나 그보다 먼저 세상은 오늘도 향기로운 가을의 밤을 마련할 것이다.

 

이 향기로운 계절에 문득 보이던 뉴스이다. 한국 시인이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는

소식에 기쁘고 다행스런 일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못 되는

? 지난 월드컵 무렵에도 천안함 피폭사건을 제쳐두고 광란의 축제를 벌이던 우리

사회를 보며 많은 이들이 탄식하면서 이런 나라라면 차라리 월드컵에 패배해버리기

를 바랐었다.

 

지난날 살인 독재자와의 만남에 흥분해 감격의 시를 읊고 북한인권에 침묵하는 파

렴치한 자가 시를 쓴다면 그 시는 악마의 노래가 될 것이다. 김대중의 노벨평화상

이 우리 정치를 죽이는 데에 일조했듯이 그런 민족의 罪人이 노벨상을 또 받게 된

다면 우리 문학은 반드시 죽게 된다.

 

그 뉴스를 보며 나는 우리 문학을 살릴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에 기뻤나 보

. 민족과 평화를 운위하는 뒤틀리고 거짓되고 망녕된 시대를 종언(終焉)시키코자

압도적 지지로 한 인간을 뽑아 놓았더니 이것은 한 술 더 뜨는데 이 인간 덕에 참

으로 많은 국민들이 더 하지 않아도 될 나라 걱정을 하고 있다. 진실로 이것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아닐 수 없다.

삭막한 현실정치를 떠나 가을 정취도 느껴보자.

 

 

산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Anton Schnack 1892-1961

 

명작 에세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안톤 슈낙의 산문집 <젊은 날의 전설

Jugendlegende>에 수록된 것이다.

 

,,,,

 

울음 우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가을의 따사로운 햇빛이 떨어

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게다가 가을비는 쓸쓸히 내리는데 사랑하는 이의 발길은 끊어져 거의 한 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고궁. 그 고궁의 벽에서 흙덩이가 떨어지고,

창문의 삭은 나무 위에는 「아이세여, 내 너를 사랑하노라……」라는 거의 알아보

기 어려운 글귀가 씌어 있음을 볼 때. 숱한 세월이 흐른 후에 문득 발견된 돌아가

신 아버지의 편지. 편지에는 이런 사연이 씌어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 소행들로 인해 나는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지새웠

는지 모른다…’

 

대체 나의 소행이란 무엇이었던가. 하나의 치기 어린 장난, 아니면 거짓말, 아니면

연애 사건이었을까. 이제는 그 숱한 허물들도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는데, 그때 아

버지는 그로 인해 가슴을 태우셨던 것이다.

 

동물원의 우리 안에 갇혀 초조하게 서성이는 한 마리 범의 모습 또한 우리를 슬프

게 한다. 언제 보아도 철책 가를 왔다 갔다 하는 그 동물의 번쩍이는 눈, 무서운

분노, 괴로움에 찬 포효, 앞발에 서린 끝없는 절망감, 미친 듯한 순환, 이 모든 것

은 우리를 더없이 슬프게 한다.

 

휠데를린의 시, 아이헨도르프의 가곡.

 

옛 친구를 만났을 때. 학창 시절의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 그것도 이제는 그가 존

경 받을 만한 고관 대작. 혹은 부유한 기업주의 몸이 되어,몽롱하고 우울한 언어를

조종하는 한낱 시인밖에 될 수 없었던 우리를 보고 손을 내밀기는 하되. 이미 알아

보려 하지 않은 듯한 태도를 취할 때.

 

사냥꾼의 총부리 앞에 죽어가는 한 마리 사슴의 눈초리.

자스민의 향기. 이 향기는 항상 나에게, 창 앞에 한 그루 노목이 섰던 나의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공원에서 흘러오는 은은한 음악 소리, 꿈같이 아름다운 여름 밤,

누구인가 모래 자갈을 밟고 지나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한 가닥의 즐거운 웃음소

리가 귀를 간지럽히는데, 당신은 여전히 거의 열흘이 다 되도록 우울한 병실에 누

워 있는 몸이 되었을 때.

 

달리는 기차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어스름 황혼이 밤으로 접어드는데, 유령의

무리처럼 요란스럽게 지나가는 불 밝힌 차창에서 미소를 띤 어여쁜 여인의 모습이

보일 때.

 

화려하고 성대한 가면 무도회에서 돌아왔을 때, 대의원 제씨의 강연집을 읽을 때,

부드러운 아침 공기가 가늘고 소리 없는 비를 희롱할 때,

 

사랑하는 이가 배우와 인사를 할 때.

 

공동 묘지를 지나갈 때. 그리하여 문득

 

「여기 열 다섯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난 소녀 클라라 잠들다」라는 묘비명을 읽

을 때. , 그녀는 어린 시절 나의 단짝 친구였지.

 

허구한 날을 도회지의 집과 메마른 등걸만 바라보며 흐르는 시커먼 냇물. 숱한 선

생님들에 대한 추억. 수학 교과서.

 

오랜 동안 사랑하는 이의 편지가 오지 않을 때. 그녀는 병석에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녀의 편지가 다른 사나이의 손에 잘못 들어가, 애정과 동정에 넘치는 사

연이 웃음으로 읽혀지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녀의 마음이 돌처럼 차게 굳어 버

린 게 아닐까? 아니면 이런 봄날, 그녀는 어느 다른 사나이와 산책을 즐기는 것이

나 아닐까?

 

초행의 낯선 어느 시골 주막에서의 하룻밤.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겉방 문이

열리고 소곤거리는 음성과 함께 낡아 빠진 헌 시계가 새벽 한시를 둔탁하게 치는

소리가 들릴 때.

 

그 때 당신은 불현듯 일말의 애수를 느끼게 되리라.

 

날아가는 한 마리 해오라기. 추수가 지난 후의 텅 빈 밭과 논.

 

술에 취한 여인의 모습.

 

어린 시절 살던 조그만 마을을 다시 찾았을 때.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당신을 알아

보는 이 없고, 일찍이 뛰놀던 놀이터에는 거만한 붉은 주택들이 들어서 있는데다,

당신이 살던 집에서는 낯선 이의 얼굴이 내다보고,

 

왕자처럼 경이롭던 아카시아 숲도 이미 베어 없어지고 말았을 때.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어찌 이것뿐이랴.

 

오뉴월의 장의 행렬. 가난한 노파의 눈물. 거만한 인간. 바이올렛 색과 검정색,

리고 회색의 빛깔들. 둔하게 울려오는 종소리. 징소리. 바이올린의 G. 가을 밭에

서 보이는 연기. 산길에 흩어져 있는 비둘기의 깃. 자동차에 앉아 있는 출세한 부

녀자의 좁은 어깨. 유랑 가극단의 여배우들. 세 번째 줄에서 떨어진 어릿광대.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휴가의 마지막 날.

 

사무실에서 때묻은 서류를 뒤적이는 처녀의 가느다란 손. 만월의 밤. 개 짖는 소리.

크누트 함순의 두세 구절, 굶주린 어린아이의 모습. 철창 안으로 보이는 죄수의 창

백한 얼굴. 무성한 나뭇가지 위로 내려 앉은 하얀 눈송이.

 

-이 모든 것 또한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것이다.

 

 

*********************************************

 

 

*[Anton Schnack] - 1892년 독일 프랑켄 지방 리넥에서 태어나 뮌헨에서 문학,

, 철학을 두루 공부했으며 오랫동안 신문기자와 신문 문예란의 편집장으로 활동

했다. 그는 특히 장르에 관계없이 주로 일상 생활의 주변에서 얻은 서정성이 강한

소재로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이끌어 내어 독일에서는 짧은 산문의 대가로 알

려져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수천가지 웃음소리' '모험' '음울한 표정' '소녀의 메달'

'ABC에 대한 아라베스크' 등이 있다.

 

,,,,,,,,,

 

*[아이헨도르프(Joseph Freiherr von Eichendorff)]

(1788. 3. 10 프로이센 라티보르 근처~1857. 11. 26 나이세)

 

독일의 시인,소설가. 위대한 독일 낭만주의 서정시인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슐레지엔의 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1807년 하이델베르크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여기에서 첫 번째 시집을 펴내고 낭만주의 문인들과 교류하게 되었다.

 

1809 ~10년 베를린에서 공부를 계속하던 중 독일 낭만주의 민족운동의 지도자들을

만났다. 1813년 프로이센 해방전쟁이 터지자 뤼초 병대에 입대하여 나폴레옹과

맞서 싸웠다.

중편소설 〈뒤란데 성 Das Schloss Durande(1837)과 서사시 〈로베르트와 기스

카르 Robert und Guiscard(1855)에서는 프랑스 혁명이 등장한다. 아이헨도르프

가문을 몰락시키고 루보비츠 성을 파괴한 나폴레옹 전쟁은 그의 시에 보이는 과거

에 대한 향수의 원천이 되었다.

 

이 전쟁 동안 그는 가장 중요한 산문작품 2편을 썼다.

낭만주의 장편소설 〈예감과 현재 Ahnung und Gegenwart(1819)는 정치 상황에

대한 무력감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으며, 도덕적 타락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치적

인 치료보다 정신적인 치료가 절실함을 보여준다.

 

<대리석 조상의 이야기 Novellen des Marmorbilds(1819)는 초자연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데, 아이헨도르프는 이 작품을 동화라 했다. 전쟁이 끝난 후 단치히와 쾨

니히스베르크에서 프로이센의 공무원으로 일했고, 1831년 이후에는 베를린에서 일

했다.

 

〈시 Gedichte(1837)와 같은 이 시기의 시들, 특히 자연에 대한 특별한 감수성을

표현한 시들은 민요로서 인기를 얻었고, 슈만, 멘델스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같은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1826년에는 그의 가장 중요한 산문 작품인 어느 건

달의 생활 Aus dem Leben eines Taugenichts”을 발표했다.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적

인 이 작품은 낭만주의 소설의정점으로 평가된다.

 

1844년 집필에만 전념하기 위해 공무원직에서 물러나 독일 문학사를 출판했고 스

페인 작가의 작품도 여러 편 번역했다.

 

,,,,,,,,,,

 

거룩하신 분이시여!
당신의 황금빛 찬란한 거룩함과 고요함을
내가 어지렵혔음이 많았으리오


그리고 나로 인해 生의 깊은 시름을
당신이 알게 되었음 또한 많았으리니


~ 잊으소서~ 용서하소서~


나로 하여금 저 달을 지나쳐
평화롭게 흘러가는 구름을 닮게 하소서


그러면 당신은 조용히 머물며
그 아름다움 한 가운데 비추리니


그대 감미로운 빛이시여!


-
휠더린 -


휠더린의 시는 슬픔으로 빚어낸 감동적인 고백이다.

 

,,,,,,,,,

 

*[크누트 함순](18591912)- 노르웨이 작가. 1920년 노벨상 수상. 빈곤, 방랑,

동이 주제


댓글목록

東素河님의 댓글

東素河 작성일

오랫만에 인생의 낭만과 애상을 교차시켜주는 글을 접하니
나 또한 글속에 빠져 이런 일들은 일상 일어나고 느끼는
것이지만... 내 마음을 한번 더 가슴깊이 적셔주는 듯합니다.

산하님의 댓글

산하 작성일

예,,東素河님.

오늘은, 가을이 깊어지는 그림자를 얼핏 본듯한 생각에
이 산문이 새삼 생각이 났습니다.

시와 문학이 오염되어가는 한반도 사정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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