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눈에 들킨 한국인들의 위선(Hypocri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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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tallon 작성일10-10-03 18:43 조회2,202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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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26-30 까지 4박5일 동안 미 베트남전 참전 전우(Mr. Michael Phillips-미 오리건주)가 생애처음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국 내 여러 곳을 둘러보기 위하여 오래전에 우리 홈페이지 www.rokfv.com 에다 협조를 요청해온바 있습니다. 그가 방문하고자하는 곳은 현충원, 서울 보훈병원, 판문점, 부산 유엔묘지 그리고 국내 참전 전우들과의 만남 등이었습니다. 첫 일정으로 9.27 아침 현충원 참배를 위하여 동작동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은 매년 6월6일만 인산인해로 북적대지 그 외에는 늘 한산합니다. 현충원 입구에서 분향을 하려하니 관내 경찰관이 09:45에 VIP들을 위한 참배 행사가 예정되어있으니 우리일행보고는 예정된 식순이 끝나면 하라는 권고였다.
동행한 미 참전 전우에게 그런 사정을 설명하곤 우리는 그 시간에 그곳#1 #2 묘역에서 과거 베트남에서 산화한 찬전용사들의 묘비에 대한 예를 올렸습니다. 그리고는 위패봉안실로 들어갔습니다.세로로 쓰여 진 위패들이 빼곡히 들어찬 어둠침침한 방이라 외부의 환하게 펼쳐진 묘석들과는 확연히 구분이 되었습니다. 다 둘러보고 나오려는데 미 참전전우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안쪽으로 한 바퀴 돌아가니 봉안 실 중앙부분에서 몸무게 109kg이나 되는 거구의 미국전우가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흘리며 일어날 줄 몰라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내 자신이 얼마나 형식에 찬 발걸음을 하고 있는가를 즉시 뉘우치게 되었습니다. 벌겋게 충혈 된 눈을 계면쩍게 훔치며 일어서는 그가 그렇게도 존경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예정된 식이 끝난 현충문 쪽으로 향했습니다. 조금 전까지 비상들을 번쩍대며 웅성대던 인사들은 이미 다 빠져나가고 의장병들만 문 앞에 서있었습니다. 미국 전우가 제게 묻더군요. 아까 그 사람들은 다 어디 갔느냐 구요. 식이 끝나서 모두 떠나간 모양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렇게 잠깐 들러 조곡이나 듣고 사진 한 장 찍으려면 여기에 왜 왔느냐 하면서 적어도 저 뒤편에 즐비한 묘석이라도 한번쯤 어루만지며 예를 표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시니컬(Cynical)하게 쳐다보며 한마디 던지더군요.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참 창피하고 면구적어서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오래전부터 타성이 붙어 고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위선이 바로 이외국인 참전자 눈에 들켰기 때문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오후에 서울보훈병원을 방문하여 병원 측에서 주선해준 그곳에서 입원하고 하고 있는 베트남전 참전 전우 세분 또 6.25 전쟁 참전자 한분과 면담을 했습니다. 나라위해 헌신한 희생정신을 높이 치하하면서 우리는 다 같은 참전 전우들로서 서로 도와서 참전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상처을 치유해야한다고 말하면서 목이 메어서 말을 잇지 못하는 이 미국참전자 때문에 그 자리에 동석한 병원 관계자와 우리 참전자 모두는 한동안 숙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어서 나올 때는 환우들을 일일이 포옹하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곳 환우들의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지 것 병원을 찾은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의미 있는 위로를 받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환자복을 입은 환우들은 벽안의 참전자를 에레베타 앞까지 또 병원 현관까지 따라 나와 손을 잡으며 아쉬운 배웅했습니다. 이 참전자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분단의 현장 판문점에서도 북쪽의 판문각을 의미 있게 한참을 응시하면서 시종일관 진지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다음날 부산 유엔묘지를 참배하고 돌아오는 KTX 안에서 특히 참전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PTSD)의 치유를 위해선 가족, 주변사람들, 또 국가의 진솔하고 따듯한 대우만이 치유시킬 수 있는 약이라고 강조하면서 어떠한 경우든 간에 진실이 결여된 행동은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그의 얘길 들으면서 새삼 우리 한국인들의 위치를 곰곰이 되씹어보게 했습니다. 우리주변의 허례허식 나아가 위선을 하루속히 제거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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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금강인님의 댓글
금강인 작성일
춘원 이광수님의 민족개조론에 나오는 이야기가 그대로.
민족개조론이 그 얼마나 오래된 이야기인데도.
여전히 한국의 이 시대 현장에 있는 이야기를 그대로 써 놓은듯 합니다.
꼭 한번 일독들 하시길.
결국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는 말씀이죠.
사람은 안 변한당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