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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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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hagok22341 작성일10-09-25 07:36 조회2,0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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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말뼉다구라는 별명을 가진 종익 아저씨.   

 고요한 한밤중에 총성이 있은 연후에 내무서원들이 “나와라!”, “저기 숨었을 게다!” 어쩌고 하면서 총을 들고 이집 저집 드나들며 설치는 바람에 온 동네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고는 새벽까지 청룡산 뒤쪽으로 쫓아가면서 총질을 해대는데 온 동네 사람들의 간이 콩알만 해질 지경이었다.

이튿날, 겁에 질렸던 마을 사람들은 다시 일하러 나갔고, 집안 아저씨들은 “참 대단한 사람들이야!” 하면서 종익 아저씨와 그 일행들의 용맹스러움을 귓속말로 쑥덕이면서 영웅시하였다.

이때의 사건은 우리 마을에서 유명한 얘깃거리 중 하나이다. 양양 우리 집안 가운데 개울마을 종면 아저씨의 동생 되는 "말뼉다구"라는 별명을 가진 종익 아저씨가 남조선으로 넘어갔다가, 호림부대 첩보대의 중대장이 되어 38 이북 고향 일대의 군사 동정을 정탐하려고 동료 여럿과 함께 잠입하여 왔던 것이었다. 그런데 마을 인민위원장 패거리가 이 사실을 눈치 채고 물치에 있는 내무서에 신고를 하였다. 급히 총을 들고 온 내무서원들이 우리 동네로 들이닥쳐 아저씨와 일행이 한밤중에 달아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먼 뒷날에서야 안 일이지만 아저씨 일행은 우리 집 뒤 ‘청룡언덕’ 허리를 타고 ‘넘은들’(소금재 고개 너머 벌판. 넓은들이라고도 한다)을 지나 상도문 위(지금의 설악동 성당 설악산 쪽 마을) 핏골을 지나 능선을 치달아 멀리 ‘권금성’ 건너편 달마봉 아랫길을 넘어서 금강산까지 잠입하여 움직였다고 했다. 아저씨는 젊었을 때부터 배짱이 대단했고 눈빛이 샛별처럼 빛났으며, 몸이 날래기가 비호와 같았다고 나의 부모가 말했다.

그 이후 6ㆍ25가 발발한 해 10월에 국군이 진격해 우리 고향에 들어왔을 때 함께 들어온 아저씨가 마을 사람들 앞에서 허리에 권총을 차고서는 대뜸 한다는 말이 내 아버지와 우리 집을 지칭해,

“그 형님이 이북 원산으로 올라갔다구요? 그러면 그렇지 빨갱이구만! 아, 내가 그때 밤중에 도망해 그 형님 집엘 가서 몸을 좀 숨겨달라고 하니까 문도 열어주지 않더니만 과연 빨갱이구만! 그 쌍년 지금 내 앞에 있었으면 이 권총으로 쏴 죽였을 거야!”

하며 아저씨한테는 형수가 되는 나의 어머니를 지칭해 종익 아저씨가 함부로 말하는 것이었다. 할머니와 내 면전에서 들으라고 함부로 떠들어 무안을 주었는데 할머니와 나는 사람들 앞에서 무슨 죄인처럼 가만히 있었다.

먼 훗날 1967년인가, 종익 아저씨가 6ㆍ25 사변 전 남북 정세 기록 책자를 편찬하기 위해 자료 수집차 서울로 올라왔다가 아버지를 만나러 서울 성북동 우리 집엘 다녀간 적이 있었다. 대화 도중 나의 아버지가 그때까지 참고 있던 그 당시 상황을 말하면서

“그때 자네 형수가 자네에게 문을 열고 숨겨주지 않았기에 마을 사람들이 다 살아났지 그놈들이 조금 있다가 들이닥쳐 온 동네와 우리 집을 이 잡듯이 뒤질 때 자네가 잡혔으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자네도 죽었고 마을사람 전체가 어떻게 됐겠느냐 말이야! 다행이 먼 곳으로 피했으니 망정이지 그렇게 함부로 말하다니!”

하며 호되게 야단을 쳤고 종익 아저씨도 6ㆍ25때 젊은 기백으로 함부로 말한 것을 사과한다고 해서 오해가 풀리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6ㆍ25 이후부터 최근까지도 그 아저씨를 집안 어른이기에 함부로는 못 대했지만 속으로는 어린 시절에 할머니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던 모습을 용서할 수 없어서 데면데면 하게 대했다. 아저씨도 올해 여든셋 되었고, 오랜 동안 강릉에서 사는데 얼마 전 갑자기 병약해져서 외롭게 투병 중이란 얘기를 전해 듣고는 그로부터 연락을 취하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해드리곤 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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