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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시절, 전라도를 당했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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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기병 작성일14-11-22 15:53 조회2,2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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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시절 때의 실화입니다.

 

직장 선배 형이 전라도 고흥사람이었는데 말도 잘하고 머리가 좋았습니다.

하루는 여자를 소개시켜준다고 해서 다방엘 나갔습니다.

뚜벅뚜벅 나무계단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선배 형은 조신하고

참한 여자를 대동하여 나타났습니다. 역시 우리 선배 형이었습니다.

 

첫눈에 처녀가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이 좋아보였습니다.

물론 마음씨도 좋아보였습니다. 제가 당시 독심술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라 결혼 전까지 여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꿰뚫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성을 다했습니다.

 

2층 다방에 앉아 비록 작은 체격이지만 비죤과 기백과 낭만이 있는 젊은이처럼

보이기 위해 저는 자주 창 너머로 먼 하늘을 뚫어지게 바라보곤 했습니다.

때로는 교양이 만땅한 젊은이처럼 보이기 위해 담배를 피워도 좋겠냐고

정중히 양해를 구한 후 불을 붙였고 커피도 여러 번에 나누어

점잖게 마셨습니다.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갔습니다.

다방에서 나와 식사도 같이했고 선배 형이 분위기를 잡아준다고 해서

생맥주집에 가서 맥주도 셋이 같이했습니다. 정말 분위기 좋았습니다.

맥주 집에서 나와 시간도 늦어져 여자를 집에 바래다주려고

저는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여 택시를 잡았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선배 형은 헤어질 생각은 않고 우리가 탄 택시를

같이 타는 거였습니다. 뜻밖에 보인 선배 형의 그 행동이

속으론 무척 난감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여자를 소개시켜준 선배 형이니까요..... 하지만 자신의 임무도 끝났으니

적당히 가다가 어련히 알아서 내리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만치 가다가 우리 집으로 가는 길목이 나타나자

갑자기 앞자리에 앉은 선배 형이 차를 세우고는 뒤돌아 앉더니

시간 늦었으니 빨리 집에 들어가라고 나의 어깨를 떠미는 거였습니다.

갑자기 어디서 그렇게 억센 힘이 나오던지 거의 강제적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내리고 싶지 않은 걸 억지로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자는 조신한 것이 참으로 마음에 들던데....

아무튼 선을 본 여자와 선배 형을 태운 택시가 저만치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걸 바라보노라니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요.

 

그 후 당시의 상황을 곰곰이 돌이켜 생각해보곤 했는데....

선배 형은 나에게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고 나오라고는 했으나

여자에게는 나한테 얘기한 것과는 달리 그저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했었던 것 같고...

 

결국 전라도 선배 형은 그 날 찻값, 저녁 식사값, 술값을 순진한 경기병총각에게

모두 뒤집어씌운 후 늦은 시간 어둠 속으로 여자를 데리고 사라졌던 겁니다.

 

참으로 전라도스러운 인간이었습니다. 나이 먹으면서

전라도를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전에 올렸던 글인데 뇌리에 잊히지 않아 다시 올렸습니다. 이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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